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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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은 인간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교육학, 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사회학, 신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든 연구회로 한국 성소수자 연구의 학문적·사회적 발전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3월 결성된 연구자 모임입니다.  lgbtstudies.kr@gmail.com


 

책 머리에

‘차별할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자 싸우는 사람들을 본다. 누적된 불안과 불만, 또는 종교적 신념을 ‘혐오’로 표출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정치적 의제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이다.

그 혐오의 시대 한 가운데 성소수자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권 증진을 위한 토론의 공간은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을 선동하는 장이 되기 일쑤였으며, 그러한 혐오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 집단을 대상으로 확장되고 증식하였다. 심지어 지난 4.13 총선에서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기독자유당은 2.63퍼센트의 정당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일부 사회 구성원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려는 ‘차별할 권리’에 대한 주장이 시민 정치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인류가 특정 종교, 민족, 인종, 젠더의 우월성을 앞세우면서 수많은 전쟁과 폭력, 학살을 일으켰던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그동안 어렵게 구축해 온 보편적 인권, 민주주의, 사회적 정의, 공감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라는 학문적 결정을 공표했으며, 지난 40년간 동성애를 병리화해서는 안 된다는 학술적인 증거는 계속 쌓였다. 특히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나 애플의 CEO인 팀 쿡과 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동성애자들이 등장하면서 ‘동성애가 그 자체로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상식이 되었다. 이런 인식의 변화 속에서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 모두가 성적 다양성을 가지고 살아가며, 함께 일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의 권위 있는 학회 중에서 동성애를 병리적인 현상으로 간주하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쓰는 과정은 4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멈춰 있는 것 같은 시간을 되살리는 작업이었다. 오랜 기간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축적되어 온 지식들이 한국 사회에는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우리는 이런 토양에서 편견에 기반한 혐오가 자라고 있음에 주목했고, 이에 최근의 연구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기로 했다. 성소수자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질문 12가지를 추리고, 각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동성애는 무엇이고 트랜스젠더는 어떤 사람인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커밍아웃의 의미, 동성애 혐오의 현상, 성소수자 차별금지 규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동성 결혼, 학교에서 발생하는 성소수자 괴롭힘, 성소수자 축제, 성소수자와 종교 등에 관한 짧은 글들을 모아 성소수자의 삶과 관련 쟁점을 보여 주고자 했다. 집필과 토론 과정에 교육학, 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사회학, 신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 책의 집필진은 모두 성소수자의 삶에 대해 연구해 온 연구자이며 교육자이다. 우리는 성소수자 교수에게 배우며 고정관념을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고, 성소수자 학생을 통해서는 교육 현장에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성을 옹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윤리적 실천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성소수자인 동료나 친구를 통해, 혹은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사회적으로 재현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미지와 지식이 사회적 실체로서의 성소수자와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혐오의 주술이 아닌,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한국을 정의롭고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는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연구자로서 본업에 충실하면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정확히 배우고 연구하여 좀 더 객관적인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사회와 나누고자 한다.

열두 명의 저자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고 글을 돌려 보면서, 집필진 모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힘으로 이 책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책은 ‘완성된 버전’이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와 지식은 매일 확장되고 새로워지고 있다. 우리는 계속하여 새로운 연구 성과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분석하면서 한국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성소수자에 대한 ‘공정한’ 지식을 생산할 것이다. 이 지식이 사회, 국가, 제도, 법이 보장해 주지 못했던 성소수자의 ‘보편적 인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확장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이 책이 성소수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희망의 기획으로 읽혀지길 바란다.

2016년 6월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

 

목차

제1부
1. 동성애는 무엇인가요?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2. 트랜스젠더는 누구인가요? 젠더의 다양성
3. 커밍아웃, 왜 하는 걸까요? 소통과 해방

제2부
4. 동성애는 정말 질병인가요? 전환 치료의 허구성
5. 동성애는 HIV/AIDS의 원인인가요? 조작된 낙인과 공포
6. 동성애 혐오도 권리인가요? 편견과 인간의 존엄성
7.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나요?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제3부
8. 트랜스젠더는 왜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하려고 하나요? 법 앞의 인정
9. 왜 동성 간에 결혼을 하려고 하나요? 동성 결혼과 평등권
10.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모두를 위한 교육
11. 성소수자들은 왜 축제를 하는 걸까요? 가시성과 자긍심
12. 종교인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불교와 기독교

주(註)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맞서 공존의 사회를 바라는 연구자들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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